김일영 토론문입니당
2013.5.11 역사사회학 토론/요약문
김일영, “계급구조, 국가, 전쟁 그리고 정치발전: B. Moore테제의 한국적용가능성에 대한 예비적 고찰”, 한국정치학회보 26집2호 (1993)
1. 농지개혁과 전쟁이 한국의 계급구조(지주, 농민, 상업 및 산업자본가, 노동자 등 제 계급과 국가)에 미친 영향?
(1) 정부수립 당시의 상황
이승만 정부는 미군적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귀속기업체를 이양받음으로써 사회의 어떤 계급보다도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물적 기반이 마련됨. 이는 식민지체제와 미군정기로부터 물려받은 잘 정비된 억압적 국가기구들과 어울러 한국의 국가를 강대하게 만듦.
(2) 농지개혁
- 추진 동기: 당시 경제활동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농민. 이승만은 지주를 물적 기반으로 하는 한민당 뿐 아니라 좌파의 세력기반을 무너뜨리고 농민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농지개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제헌헌법 제86조에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 또 5.10 선거과정에서 한민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파들이‘토지는 농민에게, 공장은 노동자에게’라는 구호를 내걸었기 때문에 정부수립 이후 농지개혁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원내 소장파 의원들.
- 법의 공포와 동시에 개정이 추진됨: 국회프락치 사건을 계기로 원내 소장파가 몰락하고 정부와 지주계급의 이해관계가 많이 반영됨
- 1950년 2월 국회 통과, 3월 공포된 개정 농지개혁법은 (대)지주들이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상업 내지 산업자본가로 전환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친지주적 조항 포함. (84%를 차지하는 중소지주의 이익까지 보장하지는 못함)
- 시행결과: 1950년 3-5월 사이에 지주들의 소유지가 분배되고, 곧이어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지주들의 혜택을 무효화. 농민에 대한 지주와 좌파의 영향력 약화되고 농민층 보수화, 이승만 지지세력으로. 좌파의 약화(농민층의 보수화, 1949년 겨울부터 시작된 좌파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
(3) 한국전쟁
-지주: 전쟁으로 지주는 거의 몰락. 농지개혁법에 마련된 친 지주적 조항이 전쟁으로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 전쟁 통에 지가보상이 제 때 이루어지지 못하여 지주의 85%를 차지하는 중소 지주들은 피난처에서 생계비 조달을 위해 지가증권의 절반 이상을 싼 값으로 방매. 보상 받은 경우도 극심한 전시 인플레로 인해 실제 가치가 50% 미만.
-자본가: 전쟁은 상업 내지 산업자본가들에게 도약의 기회를 마련해 줌. 귀속 기업체 유리한 조건에 불하 받아. 지주 재산이 자본가에게 이전, 지주와 자본가 사이의 세력관계가 역전됨.
또, 원조물자를 특혜 배정받아 (가공)유통시키거나 달러를 특혜 불하 받아 무역에 종사.
-농민: 농지를 분배 받아 보수화된 농민들의 성향은 전쟁 중에 강화됨. 이는 3개월에 거친 북한의 점령기간 중 북측이 저지를 실책과, 수복 이후 부역자들에 대해 남한정부가 가한 대대적 탄압.
이는 위로부터의 동원에 의해, 또한 농민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와 상반되는 행동을 한 것에는 쁘띠 브르주아로서의 소농의 계급적 속성에서 기인.
- 노동자: 전쟁은 노동자 계급의 영향력 크게 축소.
- 국가: 전쟁으로 국가의 억압적 기구 급팽창. 강성국가 출현. 한편 정치 경제적 면에서 미국에 더욱 종속되게.
- 의의: 한국전쟁은 한반도 내의 좌파에 의해 농민에 기반한 혁명에로의 길을 추구하려는 마지막 시도로써 감행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휴전의 형태로 종결됨으로써 전전의 지배세력이 붕괴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 확고한 우파 독재의 길로 나아가는 결과.
- inter-societal influences: 물론 당시 좌파 독재로의 길을 저지시키고 우파 독재로의 길을 열어 주는데 가장 기여한 것은 외세, 즉 미국이었다. 한국과 같은 사례를 연구할 경우 무어가 제시한 국가체계수준의 영향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
(4) Discussion points
- 전시의 혼란은 지주와 자본가의 세력이 역전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주와 자본가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분석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음. 농지를 농민에게 분배해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농지개혁의 시급한 추진으로 이어질 만큼 강력했다는 것은 해방 후 지주들의 지배계급으로의 정당성이 이미 사라지고 청산의 대상이었음을 시사한다. 한민당 등 지주세력이 미군정기에 세력을 겨우 유지하다가 이승만 정권 하에서는 지배동맹에서 쉽게 배제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정치적 취약성과 관련 있지 않았을까? 이런 점에서 한국전쟁 전까지 남한에서 지주계급의 영향력이 유지되었다는 저자의 분석은 고찰을 요함.
- 좌파의 세력 약화 및 농민층의 보수화의 요인을 분석함에 있어서 국가의 억압기구의 양적 증대와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라는 요인이 좀더 강조되어야 할 것 같음. 김일영의 논문에서 진보적 국회의원에 대한 탄압, 공권력에 의한 선거 부정, 주민 감시, 좌파에 대한 소탕 등이 언급되고는 있으나 대부분 각주로 처리되었을 뿐 심도 있는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